들어가며
HBO의 명작 드라마 '로마'를 통해 우리는 고대 로마의 시대상뿐 아니라, 현대 로마와 이어지는 깊은 연결고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과 장소들은 오늘날에도 관광명소로 살아 숨 쉬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흥미로운 경험을 가능케 합니다.
BC 52년 카이사르의 갈리아 회군부터 BC 27년 아우구스투스의 원수정 성립까지 로마의 상황을 주인공 루시우스 보레누스와 티투스 플로를 통해 그려내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시대상
드라마 ‘로마’는 기원전 52년 카이사르의 갈리아 회군부터 기원전 27년 아우구스투스의 원수정 성립까지 즉, 로마 공화정의 붕괴와 제정 로마의 시작이라는 역사상 가장 격변기였던 시기를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이 시기는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며 내전을 시작하고, 결국 암살되기까지의 정치적 음모, 혼란, 계략이 난무했던 시기입니다.
당시 로마는 공화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귀족과 원로원의 권력은 부패했고, 평민층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정치적 불안정이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혼돈의 시대를 극적인 서사와 함께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특히 드라마에서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병사와 평민의 시선을 통해 당시 로마 사회를 여러 각도로 보여줍니다. 원로원의 비열한 정치싸움, 귀족 가문의 사치와 타락, 여성의 억눌린 사회적 위치, 종교와 미신의 영향력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이는 당시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각 인물들의 정치적 야망과 개인적인 감정의 갈등이 국가적 혼란과 맞물리며 전개되는 방식은, 고대 로마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드라마 속에는 로마 군단의 구조, 시민의 계급, 식생활과 주거환경, 노예제도 등 교과서에서는 보기 어려운 고대 로마를 고증을 통해 충실히 반영되었다고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단순한 재현 수준을 넘어, 시청자에게 역사적 맥락과 당대 사회문화에 대한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로 인해 '로마'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교육적인 가치도 지니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결국 이 드라마를 통해 고대 로마의 시대상을 이해하고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서양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체성과 자부심의 뿌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실제 인물과 그 역사적 배경
드라마 ‘로마’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이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유명한 인물들만을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감정, 윤리적 갈등, 권력욕 등을 입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시청자들은 역사 속 인물을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생생한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드라마상의 카이사르는 단지 정복자나 독재자가 아니라, 정치적 이상과 개인적 야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간으로 묘사됩니다.
브루투스의 경우, 전통적 로마의 미덕과 친구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뇌가 주요 테마로 다뤄집니다. 그는 실제로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드라마는 단순한 '배신자'라는 이미지보다, 로마 공화정을 수호하려는 이념적 인물로 재해석합니다.
이처럼 '로마'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내면과 감정을 통해 당대의 정치·사회 구조를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의 충직한 부하이자 뛰어난 연설가, 전략가로서의 면모와 더불어, 클레오파트라와의 사랑에 빠진 인간적인 약점까지 함께 보여줍니다. 이로써 시청자들은 역사책에서 보던 인물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 숨 쉬었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아우구스투스는 젊은 시절부터 정적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쟁취하기까지 냉철한 판단력과 계산된 행동으로 제국의 초석을 다지며, 한 인간이 어떻게 황제로 성장하는지를 그려내는 중심축입니다.
이러한 인물들은 단순히 과거에 존재했던 인물이 아니라, 오늘날 로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상이나 기념비, 박물관의 전시물 속에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들은 여전히 현대 로마의 상징이며, 각 인물과 관련된 유적지는 오늘날에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이 인물들의 삶과 생각을 먼저 접한 뒤 실제 유적지를 방문하면, 관광 그 이상의 역사적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촬영지와 현대 로마 관광 명소
드라마 '로마'는 대부분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치네치타(Cinecittà)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으며, 약 20,000평 규모의 세트를 활용해 고대 로마의 거리, 궁전, 신전, 광장을 정교하게 재현했습니다.
이 세트들은 고증을 통해 제작되고 실제 유적지를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드라마를 감상한 후 실제 로마를 방문하게 되면 현실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포로 로마노(Forum Romanum)는 고대 로마의 정치·종교 중심지였으며,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실제로 연설하고 걸었던 길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걸을 수 있습니다.
막상 가서 보면 신전 기둥이나 돌무더기 밖에 안 보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곳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돌무더기들은 상상력의 소재로 작용되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한참 로마사에 빠져있었고 책에서 본 것들을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신혼여행지를 로마로 선택하고 포로로마노를 보았을 때 그 감동은 설명하기 힘듭니다.
팔라티노 언덕(Palatine Hill, 로마 7개의 언덕 중 하나)은 로마의 전설적 기원인 로물루스가 이곳에 도시를 건설했다고 전해지며, 이후 황제들의 궁전이 자리한 곳으로 고대 로마 제국의 핵심이었습니다. 아우구스투스의 자택과 신전 유적이 남아 있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로 생활했던 공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장소입니다.
콜로세움(서기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착공하고 8년 뒤 아들인 티투스 황제가 완공) 은 비록 드라마의 배경 시기보다 조금 뒤에 건축된 건물이지만, 고대 로마의 대중문화와 황제 권력의 과시 수단으로써의 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꼭 방문해 볼 만합니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로마 시민의 오락 문화와 대중 조작 장면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카이사르가 암살된 것으로 전해지는 장소인 '쿠리아 율리아' 같은 원로원 건물의 잔재도 여전히 남아 있어 역사적 현장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판테온(만신전)은 고대 신들을 위한 사원으로, 오늘날에도 그 웅장함과 건축 기술로 인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입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종교적 의식과 신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묘사되는데, 실제 판테온을 방문하면 고대 로마인들이 신과 인간의 세계를 어떻게 구분하고 연결 지었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드라마를 통해 접한 로마의 유적지는 현대 관광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단순한 역사적 장소를 넘어서 문화적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 장면과 실제 장소가 겹쳐질 때 느껴지는 감동은 그 어떤 여행 가이드북보다도 더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드라마 '로마'는 고대 로마의 복잡하고 격동적인 시대를 사실적이고도 드라마틱하게 그려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과거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특히 실제 인물과 장소들을 배경으로 한 서사는 현대 로마와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형성하며, 관광과 문화 이해의 폭을 넓혀줍니다. 로마를 방문하기 전 이 드라마를 본다면, 그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살아있는 역사와의 대화가 될 것입니다.